다산은 인간의 삶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천명합니다. 올바른 인격자의 삶과 지성인의 자세를 지키려면 예(禮)와 의(義)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는 공손하지 않을 수 없고, 의는 결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와 의 두 가지가 온전하고 온화한 태도로 도(道)에 맞아야만 군자(君子 : 최고의 인격자)라고 말한다.”(禮不可不恭 義不可不潔 禮義兩全 雍容中道 斯之謂君子也 : 『목민심서』예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벼슬살이를 하려면 공손하면서도 의롭고, 의로우면서도 공손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뜻인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백한 의를 따르다보면 불손하기 쉽고, 공손하게 예를 따르다보면 결백한 의를 지키기 어려운 것이 인간이 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두 가지가 온전해야만 바른 벼슬살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두 가지를 온전하게 하는 벼슬살이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선비의 벼슬살이하는 법은 마땅히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뜻으로 ‘버릴 기(棄)’ 한 글자를 벽에 써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하는데 장애되는 일이 있으면 버리고,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버리며, 윗사람이 무례하면 버리며, 올바른 자신의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버린다”(예제)라고 하여 네 가지의 ‘버릴 기’라는 글자로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마음에 거슬리는 의롭지 못함, 상관의 무례한 지시. 이러면 반드시 벼슬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예와 의가 함께 온전해야만 벼슬살이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으니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린 뒤라야 제대로 목민관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다산의 해석이 멋집니다. 의롭고 결백하니 단호하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으나, 예의 바르고 공손해야 하기 때문에 비록 사표를 던지고 결연히 돌아서는 경우라도 말씨와 태도는 마땅히 온순하고 겸손하여 털끝만큼이라도 울분의 기색을 터뜨림이 없는 뒤에라야 비로소 예에 맞다고 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습니다.
행여라도 벼슬이 날아갈까 부들부들 떨면서 비굴하게 자리만 지키는 벼슬살이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글쓴이 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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