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야기

오륜과 오교

masterjohn 2007. 9. 14. 08:24

오륜(五倫)과 오교(五敎)


정말로 케케묵은 소리를 한다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어쩔 수 없이 봉건주의 시대의 이야기를 꺼내야겠습니다. 다산이 학문의 최고 가치로 여기던 경학(經學)세계는 그가 설계하고 체계화한 바에 의하면 「원교(原敎)」라는 매우 짧은 한 편의 논설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애정 어리게 부모를 봉양함을 효(孝)라 이르고, 형제끼리 우애함을 제(弟)라 이르고, 아들딸을 잘 가르쳐주면 자(慈)라 이른다. 이게 바로 오교(五敎), 즉 오륜(五倫)이다.” 간단명료한 다산의 해석입니다.

“어버이 섬김을 바탕삼아 높은 사람을 높게 여기면 임금에 대한 도리가 세워지고, 어버이 섬김에 바탕하여 어진 이를 어질게 여기면 스승을 섬기는 도리가 세워지니, 이것을 군사부(君師父)는 같은 수준으로 섬겨야 한다고 말한다”라고 부연해서 설명합니다.

“형님 섬김에 바탕하여 어른을 어른답게 모시고, 자녀 양육함에 바탕하여 일반인들을 대하고, 남편과 아내 사이란 함께 그러한 덕을 닦음이며, 붕우란 더불어 그런 도리를 강론하는 사이이다”라고 오륜과 오교를 풀어서 설명하고는, 모두를 효제(孝弟)에 묶어서 그것이 본질이고 핵심이라고 풀이합니다. 맹자의 인지실(仁之實)과 의지실(義之實)은 사친(事親)과 종형(從兄)으로 압축했음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교(儒敎)의 기본 교과서인 『대학』·『중용』·『논어』·『맹자』의 핵심논리인 명덕(明德), 자성명(自誠明), 충서(忠恕), 인의(仁義)가 모두 효제를 통해서 발현됨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격물치지(格物致知)와 궁리진성(窮理盡性)의 고급논리도 모두 효제에 결부시켜서, 효제를 실제의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한다면 유교의 최대 목표는 모두 해결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효(孝)는 위와 아래, 제(弟)는 옆의 동료관계의 원활한 처신이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원만한 사회적 관계가 완성된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어른과 젊은이, 벗과 벗 사이의 모든 신뢰가 무너져 불신만이 팽배한 요즘 세상. 가정과 사회의 결속원리인 오륜과 오교의 새로운 해석을 통한 신뢰회복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여서, 참으로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를 꺼내 보았습니다. 한번쯤 그런 문제도 검토할 때라 여겨져서 하는 말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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