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농가.
크지도 않은 밭뙈기 한 곁에서
거두어들인 콩을 손질하시는 어머니.
지난 여름 내내 애써 가꾼 보람이 있어서
검불을 걸러내는 손길.
현대문명의 절대적 풍요 속에서도
우리가 겪고 있는 심리적 공황과 빈곤은
어쩌면 간직해야 할 것들에 대한 망각에서
오는 것 인지도 모른다.
그 망각의 중심에 어머니가 있다.
희미해져 가고 잊혀져 가는
어머니에 대한 회고와 기록은
우리의 마음속 잃었던 터전을 되찾는 일이며,
우리 삶의 뿌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통해
잠재된 인간의 정서를 일깨우는 일이다.
어머니에 대한 1할의 기억을 더듬어
잊고 산 9할의 어머니를 찾자.
어머니의 인생사.
그 속엔 영원히 마르지 않을 삶의 원천수가 흐른다.
"어머니는 그래도...."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차가운 물에 맨 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시고,
자식들 속 썩여도 끄덕 없는 어머니의 모습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으시다고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 줄 만 알았던 나.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 한쪽 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에게서 흉내 낼 수 없는 사랑을 배웁니다.
어머니의 삶과 모정.
화수분 같은 자식사랑.
가장 비싼 정을 가장 헐값으로 주는
우리네 어머니.
오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해 봅니다.
***언제 어디서 떠올려 보아도 그리운 어머니.
전화하세요. 돌아가셨다면 불러보세요. 답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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