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야기

茶山의 장기농가 中

masterjohn 2006. 6. 23. 14:54
 

갓 까놓은 병아리 어린 아이 주먹 크기

연노랑 고운 털빛 참으로 사랑스러워

어린 딸 공밥 먹는다 말하는 자 누구더냐

마당가에 붙어 앉아 솔개를 쫓는다오.

 

 

「장기농가(長農歌)」라는 열편의 시 중의 하나입니다.

1801년 신유교옥으로 40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하고

머나먼 경상도 포항 근처의 장기현으로 귀양 가서,

농촌의 풍경을 보고 생각나는대로 읊은 시가 「장기농가」입니다.

그런 억울한 삶 속에서도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시어들이 솟아날 수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한 일입니다.

달걀에서 갓 태어난 어린 병아리 모습도 표현이 아름답지만,

마당 가운데 널어놓은 멍석에 곡식을 말리다보면 병아리들이 모여들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하늘에서는 솔개들이 날아와 병아리를 채 가는데,

 어린 딸아이가 막대를 들고 그 솔개를 쫓는 농가의 이야기를

그림처럼 묘사한 시가 바로 다산의 시입니다.

뒷날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이런 풍경의 이야기를 또 했습니다.

가정의 살림이 제대로 되려면 온 가족이 각자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면서,

어린 딸아이도 마당에 널어놓은 곡식이라도 지키면서

공밥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새나 솔개를 쫓으며 병아리를 보호해주는 아이들의 역할,

그런 문제를 시로 표현한 다산의 솜씨가

얼마나 멋진가를 넉넉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농가(農歌), 어촌에서는 어가(漁歌)를 지어

사람이 살아가는 깊은 뜻을 읊었던 다산의 시는 언제 읽어도 좋기만 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했던 일이 그대로 떠올라

마음이 상쾌해지기도 합니다.

박석무 씀(다산연구소)